며느리 배꼽풀/ 며느리 밑 씻개 풀 전설
(촬영일시 2008.6.13.아침)
며느리 밑 씻개
전설-1
이 꽃의 특징은 줄기에 나 있는 억세고 날카로운 가시입니다.
산에 갔다가 얕게 긁힌 상처는 대개 며느리밑씻개와 며느리
배꼽과 한삼덩굴이 주범이라 생각하시면 됩니다.
며느리밑씻개와 며느리배꼽은 열매와 잎으로 구별이
가능합니다.
둘 다 삼각형의 잎을 가졌는데 며느리밑씻개는 약간 날카롭게
뾰족한 삼각형인데 비해 며느리배꼽은 둥근 삼각형을 하고
있습니다.
또한 며느리배꼽은 이름처럼, 짙은 보라색 열매가 둥근 포엽
위에 배꼽 모양으로 열리기 때문에 쉽게 구별할 수 있지요.
제 어머니를 비롯한 고향 분들은 꺼끌꺼끌한 풀이라고
"꺼끄렁풀"이라 하는데 밭에 한 번 퍼지면 성장 속도가 빨라
다른 작물을 압도하므로 아주 질색을 하십니다.
삼각형의 잎은 생것으로 먹어도 되는데 약간 신맛이 나면서
달콤한 맛도 조금씩 우러나지요.
왜 하필 며느리밑씻개라는 이름이 붙었는지 질문을 자주
받습니다.
밑씻개라면, 오늘날의 화장지 정도에 해당하는데 하고 많은
이름 중에 그런 지저분한 이름을 얻게 되었나 하고요.
전설에 의하면 얄궂은 시아버지 때문이랍니다.
종이가 귀했던 옛날에는 화장지 대신 그저 지푸라기나
나뭇잎, 심지어 새끼줄을 걸어놓고 밑닦이로 사용했다는
것 쯤은 아시죠?
그런데 어느 시아버지가 (못된 시아버지였는지, 아니면
며느리를 벌주려고 그랬는지 몰라도)
며느리에게만 온통 가시 투성이인 이 풀의 줄기를 걸어놓고
닦도록 했답니다.
참, 기도 안 찰 일이죠. 그런데 옛날의 시아버지 권위는
감히 며느리가 쳐다보기조차 무서울 정도였으니 그런
황당한 일도 가능하긴 했을 겁니다.
얼마나 아팠을까요? 그런 시집살이가 얼마나 힘들고
지겨웠을지는 안 봐도 뻔하죠
그래서 그런지 이 풀은 사람이 지나가면 어떻게든 그를
따라 도망 가려는 것처럼 밑으로 향한 가시를 이용해
옷에 잘 달라 붙습니다.
행여 자기를 떼어놓고 가는 무정한 사람을 책망하듯 가끔
팔을 할퀴고 생채기를 내기도 하지요.
오죽 시집살이가 괴로우면 그런 이름과
그런 표독스러움까지 지니게 됐을까 하는 안쓰러움을
느끼게 합니다.
우리의 꽃이름 중 "며느리"가 붙은 것에 슬픈 사연을 붙여
둔 것은 그 옛날 여인들의 한을 아련하게나마 알리려는
그들의 무의식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밥이 익었나 보려고 먼저 씹어보다가 맞아죽은 며느리밥풀꽃의
여인네도 슬프기는 매한가지죠. 시아버지, 시어머니가 며느리
눈칫밥을 먹는 요즘과 비교한다면 아주 딴 세상 일인 것 같지만
제 어머니 세대까지는 그런 분위기였답니다.
불과 30-40년 전이죠. 여인들의 능력이 늘었다기
보다는 여인들의 능력을 제대로 평가해주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되었기 때문이겠지요.
어린 순을 생으로 먹을 수 있으며, 풀 전체를 머리털 빠진 데,
고기 먹고 체한 데, 피부병 등에 약으로도 쓸 수 있답니다.
참, 꽃 모양만으로는 고마리와도 거의 비슷한데 고마리는 잎자루가
짧고 잎이 창처럼 생겼고 가시도 아주 약해서 거의 털처럼 느껴지고
특히 물가에 자라는 점이 며느리밑씻개와 다릅니다
전설-2
하얀 바탕에 분홍색 꽃물이 조금씩들어 바람이 불때마다 가늘게 흔들
거립니다
꽃물은 여리고 터질듯하며 줄기가 길다보니 금방 쓰러질것만 같습니다
사실 가시가 좀 까슬까슬해 그렇지 겉보기엔 갓 시집온 며느리의 귀밑
솜털을 보는듯합니다
며느리 밑씻개를 한참 보다가 자리를 뜨려하니 금새 종아리에 매달려
떨어지질 않습니다 어쩌다 모르고 지나가면 앙칼지게 살갗을 허벼댑니다
아직도 고부간의 갈등이 덜 풀린듯 시린 모습으로 자꾸만 바지 가랑이를
잡아당깁니다
휴지가 없던 옛날에 넓은 가랑잎이나 풀들을 돌돌말아 궁둥이를
닦아내고 했습니다
시어머니가 볼일을 보고 호박잎을 뜯어 사용했는데 갑자기 무엇이
따끔따끔 찔러댑니다
갈고리처럼 앙팡지게 생긴 가시돋친 줄기가 딸려간거죠
얼마나 까슬하고 쓰리고 아픈지 다음부턴 시아버지를 시켜서
며느리 볼일볼때 몰래 숨겨 놓았지요
그리고 흠 잡을게 없어서 맨날 며느리가 화장실에 엎드려
산다면서 툭하면 가시달린 며느리 밑씻개로 뒤를 닦으라고
호령을 했답니다
Suganne Ciani /Turn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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